전력난이 심상찮은 가운데 다른 때보다 일찍 찾아온 덥고 습한 날씨는 기운만 빼는 것이 아니라 살림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어컨 등 가전기기를 사용할 일이 많은데다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관리하기도 쉽지 않은 것. 스마트맘의 여름 살림법을 소개한다.
◆전력난에 대처하는 에너지 절약법
때 이른 무더위와 원전 사태로 전기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에서도 이대로라면 대규모 단전 상태인 '블랙아웃'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한다. '준비', '관심', '주의', '경계', '심각'의 5단계 전력수급경보 단계 중 벌써 수차례 '준비' 단계가 발령되었고, '관심' 단계도 예보됐을 정도. 가정용 전력 사용량보다 산업용이 더 문제라지만 가정에서부터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누진세부터 낮춘다
전기요금보다 더 무섭다는 누진세. 누진세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순차적으로 킬로와트시(kWh)의 단가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100kWh를 기준으로 전기 사용량이 증가했을 때 기본요금과 전력량에 따른 요금이 오른다. 100kWh를 사용했을 때와 500kwh를 사용했을 때의 누진세가 각각 59원과 690원으로 11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 누진세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전기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매일 쓰는 소형가전들은 보통 코드를 항상 꽂아두게 마련인데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조금씩 쌓이다 보면 누진세로 돌아올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은 플러그를 모두 뽑아 전력을 완전히 차단할 것. 스위치가 달린 멀티탭을 사용하면 플러그를 뽑지 않아도 전력을 차단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집 안의 모든 콘센트를 멀티탭으로 교체할 수 없다면 식빵 봉지 마개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식빵 봉지 마개에 각 기기의 이름을 써놓고 구별하면 유용하다.
블라인드만 쳐도 실내 온도를 3℃ 정도 낮출 수 있다
보통 여름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바닥이나 벽, 천장 등에 닿으면 열로 바뀌어 실내 온도를 높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블라인드를 내린 방과 그렇지 않은 방의 온도 차이를 비교한 실험 결과 온도차가 무려 3℃ 가까이 났다. 실내 온도를 1℃만 낮춰도 7%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데, 햇빛이 강한 시간대에 블라인드를 내리면 선풍기를 15대 돌릴 정도의 전력을 아낄 수 있는 것. 특히 에어컨을 켜기 전에 창문과 문을 닫고 블라인드를 내린다. 실내 온도가 내려간 상태에서 에어컨을 켜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실내가 더 빨리 시원해진다.
에어컨은 약하게 설정하고, 선풍기를 활용한다
실내가 더워지면 에어컨부터 틀곤 한다. 에어컨은 여름철 전력소비를 급증시키는 주범이지만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전기요금을 줄이는 것이 상책이다. 에어컨을 절전 모드나 낮은 단계의 바람 세기로 설정하고, 선풍기를 마주보게 틀어놓으면 전력 소비는 줄이고 냉방 효과는 높아진다. 에어컨은 처음 가동될 때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므로 처음에는 강하게 틀고 점차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찬 공기가 빨리 퍼져 설정된 온도로 맞추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 에어컨 필터에 먼지가 쌓이면 찬바람이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아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소비하게 되므로 2주마다 한 번씩 필터 청소를 한다. 또 실외기 앞에 물건을 두면 냉각 효율이 떨어져 전력을 더 많이 쓰게 되므로 물건을 치우는 것도 방법.
*tip 실내 온도 낮추는 선풍기 사용법
대개 선풍기는 콘센트 가까운 곳에 놓아두게 마련. 그런데 선풍기를 '북향' 창쪽으로 두면 실내 온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볕이 잘 드는 남향의 창가 쪽에 비해 북향의 창가 쪽은 서늘하다. 집의 북쪽 창가에 선풍기를 두고 남향 창문 방향으로 선풍기를 틀면 공기의 밀도 차에 의해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
제습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습기가 실내 온도를 낮춰주는 것은 아니지만, 실내 습도를 5%만 낮춰도 체감온도가 1℃ 정도 내려간 듯한 효과를 낸다. 따라서 제습기와 선풍기를 같이 사용하면 에어컨과 같은 냉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제습기는 에어컨을 가동할 때 전력량의 20% 정도밖에 쓰이지 않으므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냉장실은 비우고, 냉동실은 채운다
사시사철 플러그를 꽂아두는데다 대형 가전기기라 전력 소비량이 만만찮은 냉장고. 냉장고 속을 10%씩 더 채울 때마다 전기 소비량이 약 3.6% 증가한다. 찬 공기가 잘 순환될 수 있도록 냉장실은 전체의 60% 정도만 채우고, 온도가 높은 음식은 반드시 식혀서 넣을 것. 하지만 냉동실은 냉기가 내용물을 통해 전달되므로 가급적 가득 채우는 것이 좋다. 6초간 냉동실 문을 열면 올라간 기온을 다시 내리기까지 30분가량 걸리는데 내용물이 차 있으면 냉기가 전달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냉동실에 낀 서리를 제거해주는 것도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세탁물의 양보다는 세탁 횟수가 중요하다
땀을 많이 흘려 빨랫감이 많아지는 여름에는 세탁기 사용량도 증가한다. 세탁물 양이 많으면 그만큼 전력 소비도 클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 같은 종류의 세탁물은 한 번에 모아서 세탁 횟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오후 2~5시 사이를 피해서 돌리는 것도 요령이다. 세탁기를 돌릴 때 소비되는 에너지 중 90%는 물을 데우는 데 쓰이므로 온도를 높게 설정하면 그만큼 에너지 소비도 많아진다. 물이 따뜻할수록 때가 잘 빠진다고 생각해 온도를 높이게 마련이지만, 사실 60℃ 이상에서는 별 차이가 없으므로 물 온도는 30~40℃ 정도가 적당하다.
압력밥솥만 덜 사용해도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1년 내내 플러그가 꽂혀 있는 전기밥솥의 전기 소비량도 만만찮다. 전력거래소에서 일반 가정에서 1년간 전기밥솥과 에어컨, TV의 총 사용량을 비교해본 결과 전기밥솥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이 훨씬 더 많았을 정도. 높은 전기요금의 주범은 보온기능인데 24시간 전기밥솥을 켜두었을 경우 약 8000원의 전기요금이 나온다. 그러니 24시간 보온기능을 사용할게 아니라 갓 지은 밥을 냉동실에 보관해두고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그때그때 해 먹는 것 못지않고, 전력 사용도 줄일 수 있어 유용하다.
대기전력을 줄인다
텔레비전은 원격조정을 받아들이기 위한 대기전력으로 일정량의 전력을 계속 소비한다. 리모컨으로 화면을 껐다고 해도 전력소모가 계속되고 있는 것. 때문에 플러그를 빼두거나 개별 멀티탭을 사용해 전력을 완전히 차단한다. 텔레비전 화면이 밝을수록 전력 소모량이 많고, 볼륨을 키우고 채널을 돌릴 때마다 전력 소모량이 증가한다. 자주 껐다 켰다 반복하는 것도 마찬가지. 컴퓨터는 평소 절전 모드로 설정해놓고, 본체보다 모니터가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므로 잠깐 자리를 비울 때는 모니터 전원을 끄도록 한다.
◆쾌적한 여름을 위한 안전한 살균법
무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세균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곰팡이는 '곰팡이 질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다. 대개 곰팡이를 없애기 위해 강력한 살균력의 시판 살균제를 사용하게 마련. 간편하긴 하지만 세균을 없애려고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오히려 몸에 더 해로울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하므로 천연 재료로 안전하게 살균하도록 하자.
●살균
햇빛
햇빛의 자외선은 최고의 천연 살균제다. 자외선이 미생물에 투과해 살균 작용을 하는 것인데 직접 쬐어야만 효과가 있다. 이불을 널었을 때는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뒤집어 주고, 주방용품을 살균할 때도 모두 꺼내서 햇빛에 바짝 말린다. 직사일광을 직접 받아야 살균 효과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것.
베이킹소다
베이킹소다의 알칼리 성분이 산을 중화해 살균 작용을 한다. 베란다나 화장실 등 베이킹소다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곳은 주방. 베이킹소다를 물에 풀어 칼을 담갔다가 식촛물로 헹구면 살균은 물론 칼날이 무뎌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플라스틱 도마와 그릇에 남아 있는 얼룩을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레몬, 식초
레몬과 식초 역시 살균 효과가 있는 천연 재료. 비닐봉지에 젖은 행주와 물, 레몬 껍질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돌리면 주방에서 세균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행주를 깨끗하게 살균할 수 있다. 또 악취가 올라오기 쉬운 싱크대 배수구는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각각 1컵씩 붓고 5분쯤 뒤에 레몬 껍질을 넣고 끓인 물을 부으면 깨끗하게 살균된다.
●제습
장마가 계속되는 여름에는 높은 습도로 인해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냄새가 나고, 눅눅한 날씨 탓에 집 안 곳곳 곰팡이와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가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로 변하면서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제습기가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숯을 활용한다
숯은 제습은 물론 가습 기능까지 갖춘 천연 습도조절기라 할 수 있다. 숯의 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마이크론(micron) 단위의 아주 작은 구멍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미세한 구멍은 나무가 뿌리를 통해 흡수한 물과 양분을 각 조직으로 전달하는 통로인데 어느 것 하나 막힌 곳 없이 모두 연결된 독특한 구조다. 바로 이 '다공질' 구조 덕분에 습도가 높을 때면 수분을 빨아들이고 건조하면 다시 방출하는 제습·가습 기능을 하는 것. 숯을 집 안 곳곳에 놓아두면 천연 제습제로 활용할 수 있다.
소금, 양초는 친환경 제습제
소금은 습기를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어서 빨래를 널어둔 행어나 습기가 많은 곳 아래쪽에 소금을 놓아두면 습기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분을 빨아들인 소금은 햇빛에 말리기만 하면 재사용이 가능해 실용적이다. 양초도 습도를 잡아주는 아이템. 습기뿐 아니라 갖은 악취까지 빨아들여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해준다. 아로마 향초 등을 사용하면 방향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시판 조미김이나 과자봉지 속에 든 실리카겔이나 신문지로도 제습 효과를 볼 수 있다. 옷장 안에 신문지를 깔아두거나 신발장이나 신발 안에 실리카겔을 넣어두면 된다.
제습기를 똑똑하게 사용한다
습도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제습기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제습기는 가급적 그늘진 곳에서 사용해야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다. 빨래를 말릴 때도 제습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선풍기를 함께 틀어놓으면 효율도 높아지고 실내 공기도 더 쾌적해진다. 방문과 창문을 닫고 사용해야 효과를 더 빨리 볼 수 있으며, 공기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벽에서 15cm 이상 떨어뜨려 두는 것이 좋다.
제습제는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막힌 공간별로 곳곳에 놓아둔다
옷장, 이불장, 서랍장, 신발장 등 공간별 1㎡당 1~2개를 비치하면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계절과 습한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설치 후 1~2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주는 것이 좋으며, 제습과 함께 탈취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염화칼슘만 있으면 집에서도 손쉽게 제습제를 만들 수 있다. 다 쓴 제습제 통을 깨끗이 씻어 말린 후 염화칼슘을 넣고 부직포로 뚜껑을 덮으면 홈메이드 제습제가 완성된다.
●탈취
땀을 많이 흘리고 습한 여름에는 집 안 구석구석에서 악취가 올라오기 쉽다. 간편하게 냄새를 없애기 위해 시판 탈취제나 방향제를 사용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불쾌한 냄새를 잠시 좋은 향으로 덮거나 신경을 둔화시켜 냄새를 못 느끼게 만드는 것. 실제로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알레르기 유발물질이나 발암물질 같은 화학물질을 함유하여 아이 키우는 집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 방향제에 함유된 프탈레이트는 향료, 플라스틱 가소제, 에어로졸, 접착제 등을 제조할 때 첨가하는 성분. 방향제의 향이 공기 중으로 섞이게 하고 오래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물질로 장시간 노출되면 아이들의 경우 발달장애와 성호르몬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또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 그러니 집 안의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하고 꽃을 꽂아두거나 식물을 키우는 등 자연물을 활용하도록 하자. 벤자민고무나무, 관음죽, 스킨답서스, 시클라멘, 행운목 같은 식물을 집 안에 두면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여름에는 음식물이 쉽게 상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조금만 방치해도 세균이 활발히 번식한다. 이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만 해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도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도 신경을 쓰자.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는 말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처리 비용을 지불하는 것.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의 경우 기존에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이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면 음식물 처리 비용을 각 가정에서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즉, 음식물을 많이 버리면 그만큼 돈도 많이 내야 한다. 그러니 식품의 껍질로 육수를 낼 때 활용하고 과일은 껍질째 먹는 등 가정에 실천하기 쉬운 방법들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돈도 절약하고 실내 환경까지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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