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한방상식

민간요법의 허와 실

내하늘 2013. 7. 24. 09:44

몸이 평소 같지 않고 불편해지면 병원으로 달려가거나 약을 먹기 전 민간요법을 떠올린다. 소화가 안 돼 잠을 이루지 못하면 매실차 한 잔, 기침이 멈추지 않아 콜록거리면 도라지물, 변비엔 피마자기름…. 할머니의 비법은 진짜 효능이 있는 걸까?

#1 소금은 만병통치약이다?

소금은 음식 맛을 내는 것뿐 아니라 인체에 꼭 필요한 성분으로 여기저기 생활요법에도 많이 쓰였다.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살균·해독 기능이 있어 민간요법에 자주 활용된다. 소금을 이용한 민간요법, 과연 효과 있을까?

고기 먹고 체했을 때 소금을 먹으면 내려간다? ×

《본초학서》, 《동의보감》 등에 소금이 위장장애에 좋다는 기록이 있고, 실제로 식체를 치료하는 데 소금을 써왔다. 하지만 고기를 먹고 체하면 위장관이 긴장하고 기능이 저하돼 소금을 먹어도 위장 장애가 개선되지 않는다. 이때는 소화 작용, 특히 육식을 소화시키는 데 효능 있는 산사육(아가위 열매)을 달여 마시는 게 좋다.





↑ [헬스조선]

소금물로 양치하면 치아가 튼튼해진다? △

치아 건강 유지와 관리에 도움된다는 한방 기록이 있다. 양방에서는 소금의 살균 기능으로 소독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입자가 굵은 소금으로 이를 닦거나 고농도 소금물로 양치하면 잇몸과 치아가 오히려 손상될 수 있다. 소금은 치약으로 양치질한 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하루에 한 번 죽염이나 입자가 고운 소금을 손가락에 묻혀 마사지하거나, 저농도 소금물로 입을 헹구는 정도가 적당하다.

땀띠, 옻, 두드러기, 가려움증 등 피부병은 바닷물에 담그면 낫는다? ×

《동의보감》에는 '소금물은 풍이 원인이 된 가려움증을 치료한다. 가려움증으로 목욕할 때에는 소금만 한 것이 없다. 소금을 진하게 달인 물로 목욕하거나 바닷물로 목욕하면 더욱 묘한 효과가 있다'고 써 있다. 소금 끓인 물을 솜에 적셔 가려운 부위나 피부병이 생긴 상처를 닦기도 한다. 하지만 염분 높은 바닷물에 직접 담그면 피부를 더욱 자극하고, 오히려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 피부에 달라붙은 염분이 피부 속 수분을 빼앗아 민감한 피부를 더 건조하게 하고 아토피성 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금물로 씻으면 눈병이 낫는다? ○

눈에 상처가 났을 때 비비지 말고 멸균된 생리식염수로 씻으면 도움된다. 이때 멸균되지 않은 소금물로 씻으면 2차 감염 우려가 있다. 멸균된 생리식염수라 하더라도 자주 쓰면 눈물의 살균 작용을 약화시킬 수 있으니 함부로 씻지 않는다.

한의학에서 눈은 간과 관련 있다고 본다. 특히 눈병은 간열(肝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소금물로 눈을 씻고 따뜻한 맑은 물로 다시 씻으면 일시적으로 간열을 풀 수 있다. 녹차 우린 물 200cc에 소금 2분의 1 작은술을 녹이고, 그 물을 탈지면에 적셔 눈 주위를 닦으면 근육을 이완하고 혈류가 좋아져 눈 피로가 풀린다.

소금물로 콧속을 씻어내면 비염이 사라진다? ○

소금물을 이용한 비강세척법의 비염 치료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소금의 살균 효과로 콧속 분비물과 이물질을 제거한다. 하지만 소금물의 농도가 너무 짙거나 옅으면 오히려 점막을 손상시킨다. 비강 세척에는 3% 소금물이나 약국에서 파는 생리식염수를 쓰자. 소금물을 코로 들이킬 때 코 뒤편과 귀 안쪽을 연결하는 부위인 이관을 자극하고 중이염 등 귓병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하자.

#2 소화 기능 관련 민간요법

체하거나 소화불량증이 있을 때 으레 민간요법을 찾는다. 소화 기능 장애에 효과적인 민간요법, 어떤 게 있을까?

급체했을 때 참외 꼭지를 먹는다? ○

참외 꼭지 한약재다. 과식해서 소화되지 않고 복통이 있을 때, 가슴이 답답할 때 토하게 해서 치료한다. 유독식품을 먹었거나 급성소화불량 치료제로 쓰인 기록이 있다. 참외뿐 아니라 호박·오이·수박 등 박과 과실 꼭지도 효능이 비슷하다.

엄지와 검지 사이를 꾹꾹 누르면 소화가 잘 된다? ○

엄지와 검지가 갈라지 혈자리다. 한의학에서는 여러 계곡의 물줄기가 합해지는 것처럼 우리 몸의 기혈이 풍부하게 모이고 교차하기 때문에 기혈 순환을 조절하는 핵심 자리로 본다. '만병 통치 혈자리' 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질환에 응용된다. 특히 위의 경락이 지나가는 곳이어서 소화 기능을 조절한다.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체했을 때 지압하면 효과가 있다.

배 아프면 매실차를 마신다? ○

성질이 따뜻한 매실의 신맛은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불량과 위장장애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매실에 들어 있는 피크르산은 간과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하고, 해독과 배설을 돕는다. 덜 익은 매실 열매를 검게 말린 '오매'는 설사와 이질을 낫게 하고, 기침을 가라앉힌다.

변비에는 피마자기름을 먹으면 낫는다? ○

'아주까리'라고 알려진 피마자는 설사를 일으켜 장내에 쌓인 변을 쏟아내게 한다. 피마자기름은 서양에서 고대부터 사용하던 약재로, 의학적으로 효과적인 변비치료제다. 대장 수분과 전해질 흡수를 억제해 장 내용물 부피를 늘리고, 대장 내 근육 사이의 신경을 자극해 장운동을 촉진한다. 섭취 2~4시간 후 수축을 유발한다. 자극성 하제의 일종이어서 장기간 많은 양을 복용하면 안 된다.

#3 아이가 아플 때 쓸모 있는 민간요법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부모는 당황한다. 급한 마음에 아이를 업고 응급실로 뛰기 바쁘다. 하지만 몇 가지 민간요법을 알아 두면 응급 상황을 넘길 수 있다.

아이가 경기하면 고사리 삶은 물로 목욕시킨다? △

고사리는 성질이 차고,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발열로 인해 경기하는 아이는 고사리 달인 물로 닦으면 열이 내린다. 36℃가량 미온수로 얼굴, 손, 발,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을 닦아 주자. 열 경기가 아닌 다른 원인이라면 큰 효과 없다.

밤에 오줌 싸는 아이에게 질경이를 먹이면 좋다? ○

질경이는 '차전자·차전초' 등으로 불리는데, 소변이 잘 통하게 해 야뇨증이나 요실금 치료에 쓴다. 한의학에서는 주로 씨앗을 쓴다. 이뇨작용으로 방광에 남은 잔뇨나 오줌이 새는 요실금, 요의가 있지만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지뇨에 효과 있다. 너무 자주 마시면 잦은 배뇨로 야뇨증이 심해질 수 있다. 평소 대변이 묽은 사람이 많이 마시면 설사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두부파스로 열을 내린다? ○

아이가 열 날 때 두부파스를 만들어 붙여 보자. 물기 뺀 두부와 밀가루를 2:1로 섞어 거즈 손수건 위에 바르거나, 그냥 이마나 가슴에 붙인다. 2~3시간 지나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콩은 서늘한 성질로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고, 밀가루 역시 해열·소염 작용이 있다. 차갑기만 한 아이스팩보다 효과가 좋다. 단, 급히 열을 내리는 방법일 뿐 열이 나는 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니 이런 응급요법을 하는 한편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4 알아 두면 유용한 어른용 민간요법

민간요법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면서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쓰는 치료법이다. 배가 아프면 손바닥으로 배를 누르거나, 머리가 아프면 관자놀이를 누르는 행동은 특정 증상이 좋아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다.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근거 있는 민간요법은 알아 두면 도움이 된다.

도라지물이 기관지에 좋다? ○

도라지는 '길경'이라는 한약재다. 맛은 쓰지만 성징이 온화하다. 사포닌이 풍부하고, 폐나 위에 들어가 작용한다. 《동의보감》에 '심한 기침이나 숨이 가쁜 천식에 효과가 뛰어나다.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아프며 목구멍으로 벌레가 기어가듯 간지러울 때, 가래가 끓을 큰 효과가 있다'고 써있다. 기관지 점액 분비를 촉진해 가래를 삭힌다. 인후염이나 편도선염으로 목이 부었을 때 감초나 칡뿌리, 꿀 등과 함께 먹으면 좋다.

생강즙을 끓여 마시면 기침이 가신다? ○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맵지만 독이 없다. 폐, 비, 위에 작용하여 입맛을 돋우고 구토와 기침을 다스린다. 몸의 찬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고, 몸의 따뜻한 기운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래가 있고, 기침이 나며, 숨이 찬 증상에 기침을 줄이고 가래를 삭힌다.

가지 꼭지를 갈아 죽염과 섞어 입에 머금으면 치통이 사라진다? ○

가지는 맛이 달고 성질이 차가워 열을 내리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통증을 멎게 하고 부기를 가라앉힌다. 말린 가지 꼭지는 관절염과 화상치료제, 진통제로 쓰인다. 가지의 약성은 꼭지에 집중되어 있다. 가지 꼭지 달인 물로 양치하면 입 안이 헐거나 치통이 있을 때 효과 있다.

코 옆을 누르면 콧물이 멎는다? ○

콧방울 바로 옆에 영향혈(迎香穴)이라는 혈위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코막힘, 냄새 맡지 못할 때, 코피, 콧물, 축농증 등 코 관련 질환이나 증상을 치료할 때 이 혈자리에 침을 놓거나 마사지한다. 손으로 문지르거나 지압해도 효과 있다.

식혜가 염증을 가라앉힌다? △

식혜의 주재료인 엿기름은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소화촉진 작용이 있다. 소염 작용도 있지만, 염증 부위에 바르거나 식혜를 먹는 것만으로 염증을 가라앉히기는 어렵다. 하지만 효모균, 유산균 등이 들어 있는 발효식품이어서 장염에 효과 있다.

벌에 쏘이면 된장을 바른다? ×

된장은 해독작용이 탁월해 벌 쏘인 데나 벌레 독에 응급처치로 널리 쓰였다. 하지만 2차 감염의 우려가 있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벌에 쏘이면 즉시 붓고 통증이 나타난다. 우선 환부에 냉찜질하고 가려움증이나 부기가 가라앉지 않으면 병원에 빨리 가서 약물치료를 받자. 알레르기 반응으로 두드러기, 부종 외에 호흡곤란이나 혈압강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로 가자.

풍치로 아픈 곳에 마늘을 구워 붙이면 가라앉는다? ○

풍치는 잇몸이나 잇몸 뼈에 염증이 생긴 치주 질환이다. 마늘에 진통·해독 작용이 있어 통증을 잠시 가라앉힐 수 있다. 하지만 풍치로 인한 통증을 가라앉히는 것일 뿐 풍치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치과를 찾아 치료하자.

햇빛에 그을린 피부는 감자팩이 좋다? ○

감자는 수분과 비타민C 외에 칼륨, 불소 등이 풍부해서 열로 달아오른 피부를 빨리 진정시킨다. 붉게 그을린 피부는 약해져 있고, 모든 물질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감자팩을 한 뒤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나면 깨끗한 물로 씻고 피부과 치료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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