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최종판인 기업도시가 24일 첫 삽을 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충남 태안의 서산간척지 B지구에 들어서는 태안기업도시 착공식에 참가한 뒤 현지 주민 250여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은 이 행사를 위해 이날 다른 공식일정을 전혀 잡지 않았다. 기업도시는 현 정부가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와 함께 균형발전정책의 3대축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노 대통령은 7월20일 행정복합도시, 지난달에는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12일), 김천 혁신도시(21일) 착공식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다음 정권을 운영해갈 사람들이 균형발전정책에 대해 여기 가서 이말 하고, 저기 가서 저 말 하는 어정쩡한 태도가 아니라 분명하고 명백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가 행정·혁신·기업도시를 되물릴 수 없게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 대 지방’의 대립각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제주 혁신도시 기공식에서는 “(혁신도시는) 제 임기 안에 첫 삽을 뜨고 말뚝을 박고 대못을 박아버리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못질" vs. 차질 빚는 사업일정=노 대통령이 행정·혁신·기업도시 기공식마다 직접 참가하는 것은 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집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달 초에는 경남 진주와 광주 전남에서 혁신도시 기공식이 예정돼 있다.
이 행사에도 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건설교통부는 토지보상 협의도 안 끝난 상태에서 기공식을 서두르고 있다.기공식은 대개 토지보상이 50% 이상 진척된 뒤에 여는 게 관례다.
건교부에 따르면 24일 현재 토지보상률은 경남 혁신도시가 27.9%, 광주·전남 혁신도시는 7.3%로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친다. 원주 혁신도시의 경우 이달 말께나 감정평가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보상에 앞서 착공식을 먼저하는 기이한 모양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는 먼저 착공하는 혁신도시에 대해 수백억원의 포상금(지원금)을 내걸고 토지보상을 독려하고 있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혁신·기업도시는 모두 18곳. 이 가운데 예정대로 사업이 진척되고 있는 곳은 드물다. 그나마 태안기업도시는 고(故) 정주영 현대회장이 만든 서산간척지가 대거 포함돼 보름 정도 차질을 빚었을 뿐이다. 현재 혁신도시들은 땅 주인의 반발에 막혀 있다.
기업도시는 사정이 더 어렵다. 정부가 구상만 거창하게 발표해놓고 정작 기반시설 지원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기업없는 기업도시'= 전국경제인연합회 컨소시엄이 추진 중인 전남 영암·해남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최근 사업규모를 90% 줄이기로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지 기반시설이나 관광시설로는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기업도시도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지식기반형인 충주 기업도시 관계자는 “연구개발업체를 유치해야 하는데 수도권 기업들은 전혀 관심이 없고,지방에는 아예 그런 업체가 없다”고 걱정했다.
기업도시는 당초 의도에서 벗어나 개념이 변질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기업도시가 하나같이 골프장 등 위락시설에만 초점을 맞춰 중복과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치솟는 땅값은 사업 추진에 최대 걸림돌이다. 행정·혁신·기업도시로 지정된 이후 건설 예정지의 땅값은 거의 2배 가량 뛰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임기 말에 채산성이 불투명한 각종 도시건설을 무리하게 밀어부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균형발전정책의 당위성을 인정해도 도시건설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기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는 “그래야 성공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도시 어떻게 되나 |
기업도시 |
착공 예정일 |
면적 (㎡) |
참여 회사 |
현황 |
공시지가 상승률 (%, 2003년 대비 2007년) |
태안 (관광레저형) |
10월 24일 |
1464만 |
현대건설 |
2020년 완공 |
179 |
무안 (산업교역형) |
2008년 11월 |
4013만 |
프라임, 쌍용건설, 서우 |
법정 자본금 미달, 착공까지 상당한 시일 소요 예상 |
100 |
영암해남 (관광레저형) |
2009년 6월 |
9900만 |
·전경련 컨소시엄(금호,대림,삼환,관광공사) ·전남개발공사 컨소시엄(금광,남해, 보성, 송촌) |
참여업체간 이견으로 완공 시기 2025년으로 5년 늦춰 |
52(해남), 38(영암) |
무주 (관광레저형) |
2008년 12월 |
767만 |
대한전선 |
내년 말로 착공시기 1년 늦춰져, 주민반발로 협의 지연 |
86 |
원주 (지식기반형) |
2008년 3월 |
531만 |
롯데건설, 경남, 농협, 벽산 |
토지주와 마찰로 2012년 기반 조성 완료 불투명 |
79 |
충주 (지식기반형) |
2008년 3월 |
701만 |
포스코건설, 임광, 주공, 엠코 |
착공시기 2~3개월 지연 예상 |
5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