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 풀고 간 보호하는 오리나무
오리나무라는 이름은 우리와 퍽 친숙하지만 막상 산에 가서 오리나무를 찾으려면 그리 쉽
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오리나무와 사촌이랄 수 있는 물오리나무와 사방오리나무는 흔희
볼 수 있어도 진짜 토종 조선오리나무는 무척 귀하다. ‘십리 절반 오리나무’라는 옛 노래
말 가사대로 오리나무는 옛날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로 오리마다 심었다는 지표목이다. 이
나무는 재질이 치밀하고 단단하여 지팡이, 나막신, 그릇 등을 만드는 재료로 널리 쓰였고,
껍질에서 다갈색 물감을 얻을 수 있는 까닭에 집 근처에 즐겨 심었다. 그러나 이 나무가 간
염.간경화.지방간 등 갖가지 간질환에 치료 효과가 뛰어난 약목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
물다. 동서고금의 어떤 의학책에도 오리나무가 간질환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
나 민간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오리나무를 간에 쌓인 독을 푸는 데 활용해 왓다.
오리나무는 자작나무과에 딸린 낙엽큰키나무다. 유리목 또는 적양이라고도 하며 중국에서
는 다조라고 한다. 우리나라.중국.일본 등에 흔히 자라고 있으며 뿌리에서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흡수할 수 있으므로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또 땅을 기름지게 하므로 사방목으
로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오리나무를 약으로 쓴 기록은 많지 않다. 겨울철 잎이 떨어지기
전에 열매를 따서 지혈제.지사제.위장병 치료약 등으로 더러 썼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목
재의 색깔이 붉으므로 빈혈 치료에도 더러 이 나무 껍질을 달여 먹었던 것 같다. 오리나무
는 맛이 쓰고 떫으며 성질은 서늘하다. 열을 내리고 독을 푸는 작용이 있다. 특히 술독을 푸
는 데 효과가 크다.
술을 많이 마셔 간이 나빠진 데에는 오리나무 껍질을 달여서 먹으면 술독이 풀린다. 민간
에는 오리나무로 술을 담그면 술이 물이 된다는 얘기가 전해오는데 실제로 오리나무를 술에
오랫동안 담가두면 술이 묽어진다. 술이 화기를 많이 품고 있는 반면에 오리나무는 화기를
진정시키는 효력이 있어서 술의 독성이 완화되는 것이다.
봄이나 여름철에 껍질을 벗겨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약으로 쓴다. 하루 1냥(37.5그램)쯤
을 2되쯤의 물에 넣고 물이 반이 되도록 달여 그 물을 한 잔씩 수시로 마신다. 맛은 텁텁하
고 붉은 빛깔이 난다. 만성간염이나 간경화증에는 하루 100~150그램씩 좀 많은 양을 복용하
는 것이 좋다. 오리나무만을 단방으로 써도 좋지만 조릿대 잎, 동맥(겨울을 지난 어린 보릿
잎), 도토리 등을 더하여 쓰면 효과가 더욱 빠르다. 간경화증으로 오래 고생하면서 온갖 좋
다는 약을 다 써보았으나 별 효과를 못 본 사람이 이 방법으로 간경화증을 고친 사례가 여
럿 있다.
동해애 가까운 곳에 사는 어느 민족은 바다에 나갈 때 오리나무로 만든 목패를 그물에 꿰
어 가지고 갔다고 한다. 오리나무 목패를 바다에 던지면 물고기가 많이 몰려들기 때문이었
다고 하는데 물고기 잡이가 끝나고 나면 목패를 바다에 던져 바다의 신에게 바치를 제물로
삼았다고 한다. 오리나무는 어떤 문헌에도 그 약효가 적혀 있지 않지만, 간에 쌓인 독을 풀
고 간을 보호하는 데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나무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사방오리나무나 물
오리나무를 오리나무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것들은 별 약효가 없다. 반드시
깊은 산속에 있는 토종 조선오리나무라야 술독을 풀고 간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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